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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창업경영포럼 ESM소비자평가단 대상 소비자저널 보도자료
[정봉수 칼럼] 육군중사의 과로사 산재사건과 시사점 본문
이번 산재사건은 2018년 11월 27일 강원도 인제에 있는 12보병사단의 00대대에서 인사를 담당하였던 32세의 중사(이하 ‘망인’)가 간부숙소에서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이다. 군인재해보상심의회(이하 ‘심의회’)는 유족의 공무상 재해에 따른 순직유족연금 신청을 기각하였다. 그 이유로 망인의 사망 전 3개월 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24시간으로, 과로의 기준이 되는 3개월 평균 초과근로시간인 50시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업무상 발생한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상당기간 수행한 업무로 통상적인 업무이므로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가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망인의 기존 질병인 고혈압과 당뇨병이 악화되어 사망한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번 불승인된 산재사건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사실관계 조사가 필요하였다. 우선 초과근무시간 산정이 정확한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둘째로 망인의 업무가 어떤 것인지 확인하고 어떤 스트레스가 있었는지 찾아내는 것이었다. 셋째로 망인이 자신의 질병을 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악화시켰는지 그 원인을 찾는 것이었다.
<사실관계와 불승인 사유>
1. 업무상 스트레스에 대해
망인은 2006. 4. 11. 육군 병으로 입대한 후 같은 해 12. 22. 하사로 임관하였다. 이후 12보병사단에서 지뢰탐지작전 등의 직무를 수행하다가 2018. 3. 9. 부터 이 사건부대에서 인사담당관 업무를 수행하였다.
망인은 부사관, 군무원, 병의 인사관리, 제수당 관리 등 28개 종류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특히 망인은 일과시간 이후에 평일 외출 신청을 받으면 이에 대하여 인원을 파악하여 지휘관에게 보고를 하는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정해진 근무종료시각인 17:30에 일을 끝내는 것은 사실상 어려웠다. 망인이 담당한 위 업무는 잦은 야근 등으로 인해 이 사건 부대 간부들이 기피하는 업무였다.
심의회는 “망인이 상당기간 수행한 업무가 통상적인 업무에 비하여 과도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거나, 근무시간 및 내용이 통상적인 수준을 초과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2. 초과 근로시간 산정에 대해
이 사건 부대에서 초과근무가 있는 경우 본인이 전산상으로 신청을 하고 이에 대하여 과장이 승인을 하며, 이후 당직사령이 몇 시까지 초과근무를 한 것을 결정하면 최종적으로 초과근무시간이 결정된다. 초과근무에 대하여는 보고 절차 등의 번거로움으로 인하여 실제로 초과근무내역을 작성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특히 초과근무수당을 받을 수 있는 범위 (급여인정시간)를 초과하여 근무한 경우 초과근무내역을 작성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 사건 부대의 전산시스템에 입력된 망인의 2018년 9월부터 11월까지의 일과시간(08:30부터 17:30까지)을 초과한 근무시간은 아래 표와 같다. 해당 부대에서는 ‘초과근무시간’은 당직과 훈련 시간을 제외한 시간만을 인정하였다.
구 분 | 월별 소계 | 초과 근무 | 당직 근무 | 훈련 근무 |
9월 | 198:26 | 38:56 | 39:30 | 120 |
10월 | 72:03 | 17:03 | 55:00 | - |
11월 | 157:10 | 30:10 | 31:00 | 96 |
총계 | 427:39 | 86:09 | 125:30 | 216 |
이 사건 부대의 경우 훈련과 당직 근무는 초과근무시간에 포함하지 않았다. (i) 군사훈련의 경우 최대 4시간의 초과근무시간을 인정해주기는 하나 훈련으로 인한 근무시간을 산정할 때 이미 위 4시간을 포함하여 계산할 뿐만 아니라 훈련이 끝나면 부대 일정 등을 고려하여 평일 하루 동안 전투휴무를 부여하였다. (ii) 당직근무의 경우 통상 다음 날 휴식을 준다.
실제로 초과 근로시간은 당직근무 시에 퇴근을 못한 시간과 훈련기간 중 일과 시간 8시간외에 추가적으로 인정한 4시간 외의 시간을 초과근로로 표시한 것이다. 따라서 당직근무 후 퇴근하지 못하고 남아서 일한 시간과 훈련기간 중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줄 것인지 아닌지가 이 사건의 핵심이 되었다. 당직근무후 계속근로한 시간과 훈련기간 중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줄 경우 사망일 이전 3개월 간의 실제 초과근로는 86:09시간이 아니고, 427:39시간이 된다.
심의회는 “훈련기간 및 당직근무 시간을 제외한 망인의 발병 전 3개월 초과 근무 누계시간은 총 86시간으로 월 평균 50시간을 넘는 것을 확인할 수 없으므로, 청구인의 주장은 수용하기 어렵다” 고 판단하였다. 망인이 사망하기 전 3개월 평균 월 초과근로시간이 24시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망인은 업무상 과로가 없었다고 판단하였다.
3. 개인 질병에 대해
망인은 군 입대 전에는 신체상 문제점이 없었으나 군복무 중인 2016년 11월 경 ‘당뇨’, 2017년 4월 경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2017년 7월 경 약 2주간 고혈압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하였다.
망인은 인사담당관 업무를 맡은 후 2018. 4. 24. 국군홍천병원 내과를 방문하였는데, 군의관은 망인의 혈압이 최고 217mmHg, 최저 138mmHg로, 2017년과 비교하여서도 악화되었다고 판단하여 망인에게 입원을 권유하기도 하였다.
심의회는 “청구인이 주장하는 군복무 중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과로가 뇌출혈의 발생에 기여하거나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시킨다고 보기 어려워, 뇌출혈로 인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할 수 있는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서울행정법원의 판단>
1. 업무상 스트레스에 대해
법원은 망인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판단하였다. “망인은 이 사건 부대에서 인사담당관 업무를 맡았다. 해당 업무는 잦은 야근 등으로 인하여 다른 군 간부들이 기피하는 업무였다. 망인은 이 사건 부대의 대대장과 주임원사로부터 해당 업무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비록 그러한 요청이 강요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하급자인 망인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인사담당관 업무에는 이 사건 부대에 전입하는 병사들이 있거나 평일에 외출하는 사람들이 있는 경우 이를 지휘관에게 보고해야 하는 업무를 비롯하여 28개 종류의 업무가 있었는데, 그 업무의 특성상 정해진 근무종료시각 (17:30)에 퇴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여 야근이 불가피하였다. 망인은 인사담당관 업무를 맡으면서부터 상당한 시간을 야간 근무로 소화하여야 했고, 여기서 더하여 당직근무, 훈련근무 등으로 인하여 불규칙한 근무시간까지 감당하여야 했다. 망인으로서는 위 공무를 수행하면서 상당한 피로감을 동반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망인의 상사인 대대장은 법정에서 ‘망인에게 진급 등을 고려해서 인사담당관 업무를 맡는 것이 어떤지 간곡하게 요청하여 망인이 이를 수락하였다. 이후 망인은 위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였다. 당직근무를 하는 날 이외에는 항상 사무실에 있었는데, 당직근무를 한 다음 날에는 휴식을 취해야 함에도 피곤한 모습으로 업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증언하였다.
2. 초과 근로시간 산정에 대해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훈련기간과 강직근무의 초과근무를 인정하였다. “망인의 경우 이 사건 시스템에 입력된 초과근무시간뿐만 아니라 훈련시간과 당직근무시간까지 초과근무시간에 포함하는 경우 사망 전 3개월의 일과시간 외 근무시간은 427시간 39분에 해당하고, 이는 월평균 142시간에 달하는 시간이다. 당직근무시간이나 훈련시간의 경우 해당 당직 근무 및 훈련 이후에 휴일 1일이 부여되어 별도로 이를 초과근무시간으로 산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측면에서 피고는 당직근무시간이나 훈련시간을 제외한 경우 망인의 초과근무시간은 망인이 사망하기 3개월 평균 초과근무시간이 24시간 정도에 불과하여 ‘업무상 부담’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망인의 경우는 급여인정시간을 초과하지 않은 초과근무만 기재하는 등 초가 근무내역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실제 기재한 초과근무시간보다 초과근무한 시간이 더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당직 근무를 한 다음 날에도 정상근무를 한 경우가 비일비재했던 것으로 보여 망인이 한 당직근무시간의 대부분을 초과근무시간으로 평가할 여지가 많은 점, 당직근무시간을 포함시키는 경우 매달 적어도 30시간 이상 초과근무시간이 별도로 추가되는 결과가 되는 점, 당직근무는 야간이 이루어지므로 그 육체적 피로의 정도가 가중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의 위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3. 개인 질병에 대해
망인이 인사담당 업무를 맡기 전인 2017년 4월 경부터 2018년 3월 15일 까지의 진료기록을 보면 입원 치료를 포함하여 19회의 병원 진료기록이 존재한다. 그런데 망인이 인사담당관 업무를 맡은 후부터 사망할 때까지 4회의 진료를 받은 내역만이 확인된다. 망인은 2018년 4월 24일 경 군의관으로부터 입원치료를 권유받기도 하였지만 이 사건부대는 강원 최전방 부대로서 근처에 고혈압, 당뇨병 등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없었다. 앞서 보았듯이 망인은 일이 과중하였고 업무의 연속성이 요구되는 인사담당관 업무 및 전방부대의 특성상 치료를 적시에 받지 못한 면이 많아 보인다.
4. 법원의 결정
행정법원은 위 법리와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판단하면서,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망인이 지속적으로 겪었던 야근, 과로, 스트레스는 면역림프구의 생성을 저해하여 망인의 면역력 약화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살펴본 망인의 군 근무경력 등에 의하면 망인은 입대 후 전방부대인 인제 원통지역의 12사단 00대대에서 지뢰탐지 등과 같은 임무를 수행한 것을 비롯하여 12년이 넘는 기간 성실히 군 복무를 수행하였다. 망인은 이 사건부대에서 인사담당관 업무를 맡은 후 빈번하게 야근, 당직 등을 장기간 해왔다. 더욱이 망인이 만32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하였던 점까지 보태어 보면, 앞서 본 과중한 업무를 이 사건 상병의 유발 또는 악화요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망인의 업무와 독립적인 개인적 소인에서 기인한 위험인자들만으로는 자연경과적으로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여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망인은 결국 공무 수행 과정에서 누적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기존의 위험인자와 더불어 이 사건 상병을 촉발 내지 악화함으로써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단함이 합리적이다.”
<시사점>
이번 육군 중사의 과로사 사건을 산재로 인정 받는 과정을 통해 몇 가지 시사점을 찾을 수 있었다. 첫째, 아직도 군인들은 근로기준법의 제규정을 제대로 적용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근로기준법의 연장근로 한도인 주12시간을 초과하고 있으며, 연장근로에 대해 급여반영하는 시간만 초과근로로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함께 실제로 연장근로 신청 자체가 까다롭기 때문에 사실 연장근로에 대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당직근무와 훈련기간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당직근무를 한 이후 그 다음 날 하루를 휴무로 쉴 수 있지만, 부대의 여건 상 계속근무하는 경우에는 연장근로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훈련기간은 해당일 소정근로시간과 추가 근로시간 4시간만 인정해준다. 사실상 훈련기간은 24시간 대기시간이므로 모두 근로시간에 해당된다. 셋째, 군인들에 대한 의료시설 지원이 미약하다는 사실이다. 이번 사망 사건도 전방에서 근무하다가 보니,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악화되어 사망하게 된 경우이다. 군인들의 근무여건이 너무 취약하고,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키지지 못하기 때문에 32세의 청년이 기존 고혈압으로 뇌출혈로 사망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군인들은 한국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전시와 같은 군대문화를 유지하고 있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군인은 최전방에서 나라를 지키면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스스로 자긍심을 가져야 하고,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직업 이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군인은 국가를 위하여 희생만 강요당하고 항상 전시와 같이 긴장된 상태로 근무하다 보니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인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적용하여 직업군인들의 직장생활과 삶의 질이 개선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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