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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성 칼럼] 경로당을 노치원으로, ‘공간’의 리모델링 넘어 ‘프로그램’의 대전환으로 본문
[선주성 칼럼] 경로당을 노치원으로, ‘공간’의 리모델링 넘어 ‘프로그램’의 대전환으로
정브레인 2026. 1. 27. 00:13
[강남 소비자저널=선주성 칼럼리스트]
대한민국은 이제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공식 진입했다. 통계청의 2025년 장례인구추계에 따르면 노인 인구는 1,050만 명을 돌파했으며, 치매 관리 비용을 포함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2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거대한 파고를 막아낼 가장 촘촘한 공공 인프라는 전국 6만 8천여 개의 ‘경로당’이다. 하지만 지금의 경로당은 현대화된 시설 뒤에 ‘소프트웨어의 부재’라는 고질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제 경로당은 단순한 쉼터를 넘어, 노년기 잔존 기능 유지와 질병 예방을 전담하는 생활 플랫폼인 ‘노치원(老稚園)’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머무름’에서 ‘성장’으로, 철학적 리모델링
그동안 경로당 정책은 공간의 확보와 물리적 편의성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진정한 노인복지는 어르신을 단순히 안락한 곳에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신체적·정신적 기능을 자극하여 ‘움직이게’ 하는 데 있다. 학술적으로 노년기는 상실의 시기가 아닌, 적절한 자극을 통해 뇌의 가소성을 유지하고 발달할 수 있는 단계다. 관점의 전환 없는 시설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이제 경로당은 어르신을 수동적 보호 대상이 아닌, 사회적 ‘성장 주체’로 규정하는 철학적 리모델링부터 시작해야 한다.
‘통합 자극’의 경제적 가치와 과학적 근거
‘노치원형’ 경로당의 핵심은 ‘통합 자극 프로그램’의 상시 가동이다. 최근 보건의료계의 연구에 따르면, 인지·신체·정서 자극이 결합된 통합 프로그램은 약물 치료에 버금가는 치매 지연 효과를 보이며,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치매 이행률을 약 30~40%가량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예를 들어, 단순한 미술 활동을 기억 회상과 소근육 자극을 결합한 ‘인지중재’로 전환하고, 음악 활동을 보행 훈련과 연계하는 식의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노년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국가 의료비와 장기요양보험 재정 파탄을 막는 가장 과학적인 보건경제학적 예방 전략이다.
‘선제적 예방’ 복지로의 시스템 이행
중앙치매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은 약 2,200만 원(2025 추산)에 달한다. 반면, 경로당 중심의 예방 프로그램은 그 비용의 수십 분의 일 수준으로 동일한 사회적 편익을 창출할 수 있다. 사후 관리(Management)에서 선제적 예방(Prevention)으로 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유아교육처럼 어르신의 인지 수준과 신체 기능에 따른 맞춤형·순환형 운영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경로당을 일종의 ‘노인 발달 센터’로 기능하게 함으로써, 의료기관에 가기 전 일상에서 위험 요인을 관리하는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건물이 아니라 ‘프로그램’에 투자하라
결국 경로당의 변신은 새로운 건물을 짓는 토목 사업이 아니다. 그것은 노년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을 바꾸는 일이다. 시설 개선 예산을 전문 인력(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등) 배치와 양질의 콘텐츠 개발로 과감히 전환하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초고령사회에서 경로당의 변신은 필연적 전환이다. 쉬는 공간에서 성장하는 공간으로, 복지의 끝단에서 예방의 전초기지로 풍경을 바꿔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넓은 경로당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일상을 깨울 명확한 방향성과 정교한 프로그램이다. 경로당의 문턱을 낮추는 것을 넘어, 그 문 안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야 대한민국 노년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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